지하철 1, 2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인 부산 서면역 주변은 서울의 명동만큼이나 밀도 높은 번화가다. 골목마다 식당, 주점, 옷 가게, 카페 등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가운데 2019년 문을 연 옵포드는 오픈과 동시에 부산 힙스터들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벽에 걸린 포스터나 종이컵, 진열된 굿즈마저 범상치 않은 곳으로 BX 디자인 스튜디오 브렌든의 개성이 곳곳에 묻어난다. 브렌든의 공동 대표 이도의와 정욱은 공간과 브랜딩 비즈니스를 구상하다가 카페 옵포드를 계기로 의기투합해 회사를 설립했다. 두 사람은 부산과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BX 디자인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면서 두 도시의 디자인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옵포드
색 아크릴, 알루미늄, 우드, 타일, 벽지 등 다양한 컬러와 소재를 공간 안에서 믹스 & 매치해 서로 다른 것들의 조합을 별나게 보여준다. 머그컵, 위빙 코스터 등 자체 제작한 굿즈와 공간에 어울리는 무드로 디자인해 벽에 부착한 포스터가 눈에 띈다.
에버블루
현대홈쇼핑에서 론칭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위한 브랜딩. 깨끗한 물을 원료로 한 자연주의 홈 케어 제품이라는 점에 착안해 네이밍부터 로고, 용기와 패키지 디자인 전반을 디렉팅했다.
와이에이티YAT
속초에 문을 연 카페 와이에이티를 위한 브랜딩 프로젝트. 공간에서 두드러지는 라운딩 셰이프에서 힌트를 얻어 로고를 디자인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처음에는 회사명이 브‘랜’든인 줄 알았다.
브렌든은 ‘브랜드brand’와 ‘블렌드blend’의 합성어다. 브랜딩을 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섞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BX 디자인은 목적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보기에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이것이 BX 디자인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어떻게 의기투합하게 됐나?
나(이도의)는 서울시립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나와 에스오 프로젝트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SK커뮤니케이션즈, 네이버 라인 프렌즈에 근무하며 10여 년을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았다. 독립을 고민할 때쯤 지인의 소개로 정욱 대표를 알게 됐다. 미국 UC 버클리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직장에서 무역과 기획 관련 업무를 했던 그는 부산에서 공간 비즈니스를 해보려고 아이템을 구상 중이었다. 고향이 부산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는데 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그와 디자이너로서 기반을 쌓은 내가 손잡으면 뭐든 해볼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혼자라면 엄두가 나지 않았을 창업이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보험이 되어준 셈이다.

현재는 부산과 서울 두 곳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물리적 거리에서 오는 불편함은 없는지 궁금하다.
서울 양재동과 부산 온천동 두 곳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면서 거리상의 차이가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중이다.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클라이언트과 온라인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코로나19 상황이 가져온 환경이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두 도시의 디자인 생태계를 비교해본다면?
일거리가 늘어나면서 디자이너 채용을 두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서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가 조금 더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는 결코 부산 출신 디자이너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아니다. 일자리가 많지 않고 인프라가 없다 보니 부산에서 디자인 대학을 나와도 대부분 서울로 이주하게 된다. 부산은 제2의 도시로 인구수는 서울 다음으로 많지만 디자인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필드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기에 제약이 있는 것이다.

올해 iF 디자인 어워드 위너에서 3개 프로젝트가 위너를 수상했다.
오가닉 코즈메틱 브랜드 지오가닉과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감성커피가 론칭한 ‘감성잡화점’의 브랜딩, 그리고 서울리빙디자인페어 2019에 참가한 가전 브랜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의 전시 디자인으로 상을 받았다. 디자인 스튜디오의 사이클이 빠르게 돌아가다 보니 자칫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도 홍보할 시기를 놓칠 수 있다. 그런데 회사를 더 크게 성장시키려면 프로젝트를 잘 알리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iF 디자인 어워드에 지원한 것도 같은 이유였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소소하지만 매일 한 시간씩 인스타그램에 투자해 꾸준히 작업물을 포스팅하려고 노력한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Plus Minus Zero 전시 디자인
2019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참가사인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를 위한 전시 디자인. 반투명한 소재, 유기적인 동선, 담백한 굿즈와 리플릿 등을 통해 어디에도 경계를 두지 않는 중립적인 브랜드의 철학을 공간에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감성잡화점 브랜딩
프랜차이즈 브랜드 감성커피에서 새롭게 론칭한 굿즈를 위한 브랜드 기획, 로고 디자인, 브랜딩 가이드, 패키지 디자인을 맡았다. 한국적 레트로 감성을 유지하면서 모던한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적용해 다양한 세대의 흥미를 끌고자 했다. 친근감을 주는 라운드 형태의 한글 서체를 베이스로 원색 컬러를 사용해 품목별로 다채로워 보이도록 했다.
지오가닉
천연 원료를 주성분으로 하는 오가닉 코즈메틱 브랜드. 깔끔하고 심플한 이미지의 로고를 디자인하고 원료별 컬러 팔레트 시스템과 오가닉 셰이프라는 패턴을 개발해 제품의 성분과 특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브렌든은 카페 옵포드를 기획하고 직접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브렌든의 첫 프로젝트였던 옵포드는 동서양의 문화를 믹스 & 매치한 콘셉트의 공간을 보여주고자 기획한 공간이다. ‘옵포드oppodd’는 ‘반대(opposite)’와 ‘별난(odd)’의 합성어다. 알파벳을 조합한 영문 로고와 ‘반리다실’이라고 쓴 한자가 곳곳에 인테리어 요소로 배치되어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1층은 컬러 아크릴을 활용해 톡톡 튀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면 2층은 짙은 컬러의 우드를 주재료로 차분하면서 빈티지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

다음으로 선보일 공간은 어떤 곳인가?
최근 브렌든의 부산 사무실을 온천동의 오래된 2층 주택 건물로 이전했다. 2층은 작업실로 쓰고 1층은 작은 규모의 캐주얼 바로 개조하고 있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보관해두었던 오래된 목재와 빈티지 가구를 활용해 내부를 디자인했는데 조만간 공식 오픈할 계획이다. 동네 주민들이 가볍게 한잔 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요즘 부산의 공간 디자인 트렌드가 궁금하다.
부산에는 오래된 건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이러한 공간을 도시 재생 차원에서 현대적으로 개조한 카페나 복합 문화 공간도 많이 생겨나는 추세다. 레트로한 매력을 드러내는 공간도 좋지만 기업의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는 공간인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과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팝업도 이곳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아이템이 캠핑이다. 부산 사람들은 관광지화된 해운대나 송정 해수욕장보다 한적한 일광 해수욕장을 선호한다. 그 주변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캠핑 공간을 기획해보고 싶다.

부산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말해달라.
브렌든은 현재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디자인 실력을 잘 갖춘다면 특정 도시 혹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같이 일하자고 연락이 올 것이라 믿는다. 활동 반경을 부산에 국한시키면 한계가 있더라. 부산에서 활동하는 다른 디자이너들에게도 영역에 제한을 두지 말고 넓은 관점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서민경 기자 인물 사진 정승룡(아잉스튜디오)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21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